9월 21일 서부전선 25사단 DMZ 지뢰폭발에 대해 합참이 북한군 지뢰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잠정 조사결과를 내놓자, 북한은 하루 만에 김여정 당 중앙위 부장(총무부장) 명의 담화로 대응했다. 실무형 반박이 예상되던 사안에 김여정 부장이 곧바로 나선 것은 여러 단계를 건너뛰어 최고지도부의 의중을 직접 반영한 최고 수준의 대응이다. 담화는 지뢰 사건 부인과 국경화 공사의 지속성 확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되며, 그 핵심은 김여정의 신속한 등판, 남부 국경화 사업 보호, 한국 상응조치의 조기 차단, 청와대의 정치적 결심 압박이라는 네 가지다.
담화의 의도는 사건 지역과 군사적 조치 언급 지역의 분리에서 드러난다. 지뢰 사건이 일어난 서부전선에 대해서는 ‘자작극’ 프레임과 책임 부인에 그친 반면, 군사적 조치는 국경화 공사가 집중된 동부전선 21사단 방향을 특정했고, 보복의 문턱도 경고사격이나 확성기가 아닌 실사격에 두었다. 북한의 일차적 관심이 공사 인력에 대한 실사격과 공사 중단을 막는 데 있음을 보여주며, 상응조치를 정치적 결단의 문제로 끌어올려 한국의 선택지를 미리 제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나흘 뒤 국방위원회 정책국 명의로 반응하고 단계적 상승 끝에 유감을 표명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응은 빠르고 높고 선제적이다. 그 차이는 국경화 공사의 존재, 국경 화력체계 증강에 따른 자신감, 남북관계 관리 동기의 소멸에서 비롯되나, 높은 수위의 초기 대응은 확전보다 관리의 성격도 지닌다. 한국은 물적 증거 공개로 ‘자작극’ 프레임을 무력화하고, 상응조치를 실무 영역에서 처리하며, 공사 현장의 교전규칙과 유엔사 채널을 통한 MDL 관리를 재정비하고, 후속 군 담화와 대내 게재 여부 등 국면 전환 지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