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지도의 패러다임 전환: ‘수령 교시’에서 ‘현장심판’으로
제9차 당대회 대비, ‘희생양 메커니즘’ 고도화
‘퇴행적 통치’의 고착화와 ‘공포의 상시화’가 가져올 체제의 역설
최근 룡성기계연합기업소 시찰 중 발생한 양승호 기계공업부문 내각 부총리에 대한 현지 해임 사건은 김정은 정권이 직면한 통치 위기와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고지도자가 고위급 관료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현장에서 즉각 파면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통치 행위다. 이러한 김정은의 행보는 지도자의 단순한 우발적 감정 표출로 치부하기에는 그 시기와 방식이 매우 절묘하다. 이번 현장 해임 조치가 지난 5년 간의 국가경제발전 계획을 결산해야 하는 제9차 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이 처한 다중 위기 상황 속에서 지도부가 직면한 성과 압박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현지지도는 북한 통치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기제이자, 수령의 권위를 형상화하는 정치적 무대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김정은식 현지지도 패턴이 기존의 ‘애민(愛民)과 격려’에서 ‘현장심판’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이다. 이에 본 글은 북한 특유의 현장 정치 매커니즘인 ‘현지지도’를 하나의 통치 행태론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현지지도가 단순한 ‘현장 점검’이 아니라 지도자의 무오류성을 증명하고, 관료 사회를 통제하는 ‘상징 정치의 장’으로 기능해 왔음에 주목하여 최근의 변화가 갖는 함의를 분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