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9
ChapterⅠ
서론 19
1. 연구 배경과 질문 21
2. 연구의 분석틀 25
3. 연구의 구성과 방법 32
ChapterⅡ
정치 부문의 위기와 대응 35
1. 북한 사회체제와 정치 37
2. 위기의 전개와 특징 41
3. 대응과 상호작용 47
4. 평가와 전망 67
ChapterⅢ
경제 부문의 위기와 대응 75
1. 북한 사회체제와 경제 77
2. 위기의 전개와 특징 79
3. 대응과 상호작용 95
4. 평가와 전망 118
ChapterⅣ
사회공동체 부문의 위기와 대응 123
1. 북한 사회체제와 사회공동체 125
2. 위기의 전개와 특징 129
3. 대응과 상호작용 146
4. 평가와 전망 180
ChapterⅤ
문화 부문의 위기와 대응 187
1. 북한 사회체제와 문화 189
2. 위기의 전개와 특징 190
3. 대응과 상호작용 200
4. 평가와 전망 223
ChapterⅥ
결론 229
1. 부문별 위기 대응 232
2. 부문 간 상호작용 241
3. 전망과 시사점 244
참고문헌 249
최근 발간자료 안내 255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개최할 무렵 북한은 체제 지속성을 위협할 만한 위기에 직면했다. 하노이 회담의 성과 도출 실패, 코로나19 팬데믹, 대북제재 장기화, 남북관계 악화와 같이 새롭게 부상한 위기는 안보 위기, 성장 위기, 재생산 위기, 정체성 위기와 같이 기존 북한 체제가 안고 있던 구조적 위기들과 중첩되며 체제 지속성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본 연구는 이른바 복합위기에 직면한 북한의 대응과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북한을 정치, 경제, 사회공동체, 문화 부문의 작동으로 유지되는 하나의 사회체제(social system)라 간주하였다. 탈콧 파슨스의 AGIL 모형은 한 사회체제의 지속성이 적응(adaptation)을 담당하는 경제, 목표 달성(goal attainment)을 수행하는 정치, 통합(integration)과 유형 유지(latent)를 담당하는 사회공동체와 문화 부문의 기능 수행으로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러한 분석틀은 여러 차원의 위기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서로 얽혀 확대되는 현재와 같은 복합위기 시대에 북한 체제의 지속성을 평가하는 데 적합하다.
지난 5년 북한 사회체제의 부문별 위기 대응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정치 부문에서는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당화, 억압, 선출 전략이 관찰되었으며, 특히 권력의 행사를 대리하는 간부들을 혁신하기 위한 대응 노력이 두드러졌다. 특히, 대량의 인구손실 가능성이 높았던 긴급한 보건 위기, 식량 위기 상황에서 강제력을 수반한 정치 부문의 신속한 대응은 1990년대 중후반 식량난에 대한 미온적 대처와 비교할 만하다.
경제 부문에서는 식량 위기에 대한 즉각적‧전면적 대응과 재정 위기에 대한 점진적‧다면적 대응이 관찰되었다. 식량 위기 대응은 2021년 춘궁기 직후 ‘특별명령서’ 발동이라는 형태로 즉각적으로 이루어졌고, 농업‧농촌 집중정책을 통해 노동력, 원자재, 재정 투입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졌다. 재정 위기 대응도 재정, 금융, 가격 경로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한편 점진적으로 법령을 제‧개정하고 정보화 기반을 구축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년 북한 사회체제가 직면한 위기는 가족 재생산 위기, 도농 갈등, 계급 갈등, 세대 위기를 심화시키며 사회공동체의 통합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특히, 경제 부문 위기 대응을 위한 농장원 복귀 정책이나 청년, 여성 노동력의 동원 정책은 사회공동체 부문에 또 다른 위기를 촉발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북한 정권은 ‘사회주의 대가정’을 소환하며 체제 구성원들의 결속을 설득하고 가족, 지역 공동체, 계급, 세대를 단위로 통합을 촉진하는 각종 사회정책들을 전개하는 한편, 2024년부터 ‘지방발전 20×10 정책’을 통해 지역 공동체 위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문화 부문에서도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개인주의를 일소하고 사회주의 규범과 집단주의 가치를 강화하려는 위기 대응이 관찰되었다.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문화 부문에서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과 같은 법적 강제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매스미디어, 문화예술, 민족문화의 측면에서 상징체계를 활용한 위기 대응도 관찰된다. 북한 사회체제의 고립이 극단화된 시기, 법적 강제에 의존한 문화 부문의 위기 대응은 외부 정보 유입을 억제, 차단하려는 정책 목표에 부응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사회주의 규범, 집단주의 가치, 애국심과 미덕이라는 가치들이 행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내면화되고 있을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2021~2025년 북한 사회체제가 직면한 위기는 대량의 인구손실을 불러올 수 있는 긴급한 보건 위기, 식량 위기였다는 점에서, 강제력을 수반한 정책 대응은 한편으로 체제 지속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 북한은 대내적으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강구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도 제재 우회 수단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다. 특히, 2023년 하반기 이후 대러 협력 강화는 제한적으로나마 북한의 재정여건에 기여함으로써 정책 실행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 것처럼 보인다. 2023년 말 당 전원회의 이후 북한은 경제여건의 회복세를 대내외에 선전하는 한편, ‘지방발전 20×10 정책’이라는 대규모 지방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관심이 도농 갈등을 축소하고 사회공동체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이는 지난 5년 긴급한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단행된 각종 정책들의 부작용과 이에 따른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심각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북한 사회체제는 2021~2025년 체제 지속성을 위협한 긴급한 위기에 비교적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이는 “방역 대전”에서의 승리와 경제회복에 대한 자평에 이어 “사회주의 위업의 정당성과 승리의 필연성”에 대한 서사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회체제가 갖고 있던 구조적 위기는 근원적으로 해소되지 않았으며, 일부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간부 혁신을 위한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수동적 저항과 회피가 관찰되며, 국가의 중앙집중적 개입을 확대하는 경제정책으로 민생을 회복하고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사회공동체 통합을 위한 정책 역량의 한계도 문제이다. 과도한 국방비 지출을 차치하더라도, 각종 사회 정책들이 우선 순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가운데, 가치관의 변화, 정체성의 위기는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잠재적인 위협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9차 당대회를 전후하여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대외관계에서 유리한 지위를 구축한 가운데 체제 지속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목표 달성을 선언하며 경제회복의 서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법에 의한 통치(rule by law)를 강화하고 민생 여건 완화와 사회공동체 결속을 위한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 사회주의 규범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관계 개선 정도에 따라 북한 정권의 정책 역량이 부분적으로 제고될 가능성도 있지만, 지난 5년간의 변화에서 관찰되었듯이 이러한 정책 대응들만으로 북한 사회체제가 가진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