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31일 새로 개정된 ‘러시아연방 대외정책개념’은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과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갈등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러시아 대외 전략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 그리고 세계질서의 향배를 추측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2023년판 ‘대외개념’의 특징은 전체적으로 대단히 공세적이고 이념적이며 또 선동적이라는 점,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 특히 미국과 대결 자세를 견지하면서 비서방 국가들과 협력 강화에 주력할 것을 천명하고 있는 점, 옛 소련권 국가들에 대한 인식과 대응의 전환이 감지된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새로운 러시아 ‘대외개념’ 문서에는 한반도 관련 내용이 전무하다. 하지만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무관심하리라 예상하는 것은 속단일 듯하다. 러시아는 자국에 적대적인 ‘서방 집단’ 속에 한국을 포함시키고, 핵심 협력 대상인 ‘글로벌 사우스’ 속에 북한을 포함시켰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만일 동북아와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에 맞선 중러 연대에 북한이 가세할 경우, 신냉전형 진영화는 속도를 낼 것이며, 한국의 안보 환경도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양국 간 민간 교류와 1.5 트랙 차원의 대화 채널이 단절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또 북·중·러 연대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외교적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